경기남일보

[기자수첩] 공원은 깨끗한데, 공원관리원은 씻을 곳이 없다

230여 명이 500여 곳 관리…시설 위생만큼 관리 노동자의 환경도 살펴야

이금로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6/09/02 [15:00]

[기자수첩] 공원은 깨끗한데, 공원관리원은 씻을 곳이 없다

230여 명이 500여 곳 관리…시설 위생만큼 관리 노동자의 환경도 살펴야
이금로 대표기자 | 입력 : 2026/09/02 [15:00]

▲ 이금로 대표기자    

 

시민들이 걷고 쉬는 공원은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는 놀이시설과 벤치를 세척하고, 놀이터를 소독하며, 각종 환경정비에 행정력을 투입한다.

 

그런데 정작 그 공원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씻을 공간이 없다면 어떨까.

 

용인특례시의회 박은선 의원이 1일 제306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지적한 공원관리원의 위생·근무 환경 문제는 이 같은 행정의 역설을 보여준다.

 

230명이 500여 곳을 관리한다

 

용인시는 동·서부 권역에서 약 230명의 공원관리원을 직접 고용해 500여 곳의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예초 작업과 쓰레기·오물 수거, 화장실 청소, 환경정비 등 시민들이 쾌적한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박 의원에 따르면 이들에게 세척·위생 시설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예초 작업을 하고 흙먼지와 오염물질을 뒤집어쓴 뒤에도 몸을 씻거나 작업복을 정리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면 단순한 불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더욱이 상당수가 60~70대 고령 근로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업환경에 걸맞은 휴게·위생 시설을 갖추는 것은 행정이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모든 공원에 샤워실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공원에 일률적으로 샤워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다. 상하수도 연결이 어려운 곳도 있고 설치비와 유지관리 부담도 따져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일률적인 시설 확충보다 현장에 맞는 단계적 해법이다. 공원별 근무 인원과 작업 특성, 이용 수요 등을 전수 조사한 뒤 수요가 많은 곳부터 권역별 거점형 세척·위생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 신규 공원이나 대규모 정비사업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리 근로자의 휴게·위생 공간을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핵심은 시설의 크기나 형태가 아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뿐 아니라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도 행정의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이다.

 

공공서비스의 품질은 시설의 청결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역시 공공서비스의 일부다.

 

시민에게 깨끗한 공원을 제공하면서 그 공간을 관리하는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세척·위생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행정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 의원이 제안한 전수 점검과 거점형 시설 도입, 관련 조례 제정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원관리원의 근무 환경을 전수조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이후 필요한 예산과 시설 개선으로 연결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만들어야 한다.

 

공원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근무 환경까지 살피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민을 위한 공원 관리의 마지막 한 조각일 것이다.

 

발행인 이금로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