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일보

이금로 칼럼(46)용인 골목형 상점가 33곳, 이제 ‘숫자’로 성과를 말할 때가 아니다

이금로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6/09/01 [22:42]

이금로 칼럼(46)용인 골목형 상점가 33곳, 이제 ‘숫자’로 성과를 말할 때가 아니다

이금로 대표기자 | 입력 : 2026/09/01 [22:42]

▲ 이금로 대표기자    

 

골목상권은 지정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축제 역시 하루의 흥행만으로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이제 용인시는 33곳이라는 숫자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용인특례시의 골목형 상점가가 33곳으로 확대됐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보정동 카페거리처럼 상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특색 있는 상권을 만들어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골목형 상점가 정책은 지정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앞선 기자수첩에서 지적했듯 지정은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이제 행정이 답해야 할 질문도 몇 곳을 지정했는가가 아니라 지정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보카 썸머 맥주축제, 중요한 것은 행사 이후다

 

최근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2026 보카 썸머 맥주축제는 골목상권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먹거리와 공연, 플리마켓, 체험 행사 등이 어우러졌고, 대학과 청년 창업가, 주민, 문화기관까지 참여했다.

 

사람을 골목으로 끌어들이고 상권을 알리는 데 축제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축제의 성패를 방문객 숫자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소비자가 다시 찾는가. 참여 점포의 매출이 늘었는가.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이 주변 상점으로 이동했는가. 새로운 고객이 단골로 이어졌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축제 당일의 인파가 아니라 축제 이후의 변화.

 

33개 상점가, 이제는 상권 성장관리가 필요하다

 

용인시가 골목형 상점가 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몇 가지 실행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상권별 성과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방문객 수뿐 아니라 매출 변화, 재방문율, 빈 점포, 신규 창업, 체류시간 등 실질적인 지표를 축적해야 한다. 사업이 끝난 뒤 성과를 평가하고 다음 예산과 정책에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33곳을 동일한 방식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 보정동 카페거리와 생활밀착형 상권, 전통시장 인접 상권은 고객층과 업종, 입지가 모두 다르다. 상권별 데이터를 토대로 관광형·문화형·생활밀착형 등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셋째, 축제를 365일 상권 콘텐츠로 연결해야 한다. 대형 행사를 한 차례 개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공동브랜드와 지역 대표 상품을 개발하고, 월별 소규모 프로그램과 상점 간 공동 프로모션을 운영해 행사 기간이 아니어도 소비자가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상인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 온라인 홍보와 SNS 마케팅, 디지털 전환, 상품 개발, 공동 브랜딩 등 실제 영업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이 필요하다. 행정은 상권을 대신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라 상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다섯째, 용인시가 상권 활성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상인회에 사업을 맡기고 예산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가 상권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사업을 설계하며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 문화기관 등 지역 자원과의 연계도 행정이 적극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골목상권 활성화는 단기간에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행정의 지속적인 관리와 장기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용인시가 골목형 상점가를 33곳까지 확대했다면 이제부터는 각각의 상점가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골목형 상점가 33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빈 점포가 줄어들고, 상인의 매출이 늘어나며, 새로운 창업이 이어지고, 시민이 다시 찾는 골목이 만들어지는 변화다.

 

특히 보정동 카페거리의 이번 축제는 좋은 출발점이다. 지역의 문화와 상권을 결합하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다른 골목상권에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한 곳의 성공 경험을 다른 상권으로 확산하려면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표준화하는 행정의 역할이 뒤따라야 한다.

 

용인시가 해야 할 일은 축제를 줄이는 것도, 기존 정책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지정과 축제라는 정책 수단을 실제 매출과 재방문, 창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골목형 상점가 33곳은 용인시가 만들어낸 정책적 기반이다. 이제 그 기반 위에 무엇을 세울 것인지는 행정과 상인, 지역사회 모두의 과제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을 설계하고 성과를 관리하며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것은 행정의 책임이다.

 

이제 용인시 골목상권 정책의 성적표는 몇 곳을 지정했는가가 아니라 몇 곳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33곳이라는 숫자를 성과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행정 실적으로 남길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정책에 달려 있다.

 

골목상권은 축제로 잠시 붐비게 만드는 것으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고, 상인이 버틸 힘을 키우고, 그 변화를 데이터로 확인할 때 비로소 살아난다.

 

용인시의 다음 과제는 분명하다. 33곳을 지정한 도시에서, 33곳의 성장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도시로 나아가는 것이다.

 

발행인 이금로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