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일보

[기자수첩] 경기도 재정위기,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

세출 구조조정 불가피하지만…삭감 기준·세입 전망·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투명한 설명 필요

이금로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6/08/31 [15:18]

[기자수첩] 경기도 재정위기,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

세출 구조조정 불가피하지만…삭감 기준·세입 전망·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투명한 설명 필요
이금로 대표기자 | 입력 : 2026/08/31 [15:18]

▲ 이금로 대표기자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단순히 한 해의 예산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지방세 수입의 변동성과 늘어나는 재정 수요, 중앙과 지방 간 재원 배분 구조 등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경기도는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과 추가 세입 확보, 지방재정 제도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2027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기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중복·저성과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도민 안전과 민생, 미래 투자 분야는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향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재정 여건이 악화했는데도 기존 사업을 모두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제는 삭감의 규모보다 기준과 과정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싸고 도의회에서는 사업별 감액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체 사업 상당수가 감액되면서 인건비와 물건비, 자치단체 이전 경비, 공공기관 및 민간 보조·위탁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재정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경기도는 단순한 일률 삭감이 아니라 사업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따져 재정을 재배분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주장과 반박의 반복이 아니라 사업별로 무엇이 문제였고, 왜 줄였으며, 줄인 이후 어떤 효과가 예상되는지를 공개하는 것이다.

 

재정위기일수록 삭감의 기준이 중요하다

 

재정 구조조정은 숫자만 놓고 보면 간단하다. 예산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행정의 현장은 그렇지 않다.

 

도비가 줄면 시·군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공공기관 예산이 감소하면 시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민간 보조 사업 역시 예산 규모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업의 성과와 필요성, 수혜 대상, 법적 의무, 국비 매칭 여부, 대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절차가 필요하다.

 

경기도가 제시한 원점 재검토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이러한 평가 기준과 결과를 가능한 범위에서 도민과 의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정 사업을 살리고 다른 사업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치적 해석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정위기라는 동일한 상황에서는 정권이나 도정의 성격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세입 전망의 신뢰성도 함께 점검해야

 

세출을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세입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이다.

 

세입 추계가 실제와 크게 달라질 경우 그만큼 예산 편성과 재정 운용의 불확실성도 커진다. 과거 세수 추계 오류 논란에 이어 사업수입 전망 등에 대한 지적까지 나온 만큼, 경기도는 세입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책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체납 징수 강화와 신규 세원 발굴, 공기업 배당 등을 통해 추가 세입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방소비세율 조정과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 개선 등 제도 개편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추가 세입 확보 역시 목표액 자체보다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일회성 자산 매각이나 특정 연도의 세입 증가가 구조적인 재정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 경기도만의 과제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도 있다. 경기도가 인구와 산업 규모에 비해 안정적인 지방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행 지방재정 구조 자체다.

 

광역지자체의 사무와 책임은 확대되지만 이에 상응하는 재원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따라서 경기도가 제안한 지방세 제도개선이나 교부세 산정 방식 개선 역시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른 시·도와의 이해관계까지 고려해 구체적인 자료와 논리를 제시하고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의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동시에 구조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하면서도 경기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재정 효율화 노력은 병행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행정의 신뢰가 중요하다

 

재정위기 상황에서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를 줄였는가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어떤 사업을 왜 줄였는지, 절감한 재원을 어디에 다시 투입하는지, 추가로 확보한 재원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인사와 조직 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재정 절감을 이유로 행정의 의사결정과 현장 대응에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위기 상황일수록 행정의 연속성과 책임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재정위기는 집행부만의 책임도, 의회만의 책임도 아니다.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집행부와 이를 심의·견제하는 의회 모두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이 삭감했느냐를 놓고 벌이는 정치적 공방보다 어떤 기준으로 재정을 정상화하고, 그 과정에서 도민의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

 

재정위기는 피하고 싶은 현실일 수 있지만, 동시에 낡은 지출 구조와 재원 배분 방식을 점검할 기회이기도 하다.

 

경기도가 이번 위기를 단순한 예산 절감으로 끝낼지, 아니면 재정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만들지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다.

 

결국 재정 정상화의 핵심은 하나다. 아낄 곳에서는 과감하게 아끼되, 꼭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쓰는 것.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를 도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 재정이 어려울수록 행정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돈이 아니라 신뢰다.

 

발행인 이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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