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는 선관위가, 책임은 지방공무원이?선거관리 업무 이관 논란…업무는 나눌 수 있어도 책임까지 조각내선 안 돼
선거철이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투표소 설치와 투표 사무 지원 등 선거 현장의 적지 않은 업무를 맡는다.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곳은 선거관리위원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방공무원의 역할이 절대 작지 않다.
최근 이 같은 선거관리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선관위 공무원노조가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서 투표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88.5%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설문 응답자 1138명 가운데 1007명이 이관에 찬성했다. 선관위 현원 3007명 중 일부가 참여한 내부 조사인 만큼 이를 전체 직원의 의견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선거관리 업무를 둘러싼 조직 내부의 부담과 문제의식이 상당하다는 점은 보여준다.
선관위 업무 이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책임’이다
용인특례시공무원노동조합(용공노)은 지난 29일 용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윤덕윤 위원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집행부가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의 선거관리 업무 이관 논의가 지방공무원에게 업무와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용공노는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서 선거관리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해명과 조직 혁신, 지방공무원에 대한 책임 전가 중단 등을 요구했다.
물론 선관위 내부의 업무 부담도 살펴봐야 한다. 선거제도가 복잡해지고 현장 업무가 늘었다면 인력 확충과 조직개편을 통해 부담을 줄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순간 질문은 달라진다. 누가 지휘하는가. 누가 인력과 예산을 부담하는가. 누가 교육하고 관리하는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가.
업무는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책임까지 조각내서는 안 된다.
지방공무원에게 책임만 남겨서는 안 된다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투표 업무의 일부를 맡는 방안 자체를 논의할 수는 있다.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제도개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업무만 이관하고 권한과 예산, 인력은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현장 공무원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선관위가 핵심 권한을 계속 보유한다면 그에 걸맞은 조직 혁신과 책임 있는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어느 기관이 더 많은 업무를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다. 선거라는 국가적 업무에서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절차다. 작은 행정 착오 하나도 국민의 소중한 한 표와 연결될 수 있다. 기관 간 업무 분담보다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선거는 누가 치르고,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는 것이 선거관리 개편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번 논란이 책임 떠넘기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업무·인력·예산·책임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발행인 이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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