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일보

이금로 칼럼(44) 65만 6천 톤의 경고, 바다는 더 이상 쓰레기를 삼키지 않는다

이금로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6/08/31 [10:05]

이금로 칼럼(44) 65만 6천 톤의 경고, 바다는 더 이상 쓰레기를 삼키지 않는다

이금로 대표기자 | 입력 : 2026/08/31 [10:05]

▲ 이금로 대표기자    

 

파도가 밀려간 자리에 쓰레기가 남고, 사람이 치운 자리에 다시 쓰레기가 밀려온다. 지난 5년간 우리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양폐기물만 656천 톤이다. 숫자만 보면 거대한 수거 실적처럼 보이지만, 달리 보면 바다가 감당해 온 오염의 무게이자 우리가 바다에 떠넘긴 환경 부채의 규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양폐기물 수거량은 202112736톤에서 2025144615톤으로 늘었다. 5년 사이 약 19.8% 증가했다. 문제는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우리가 매년 더 많은 쓰레기를 건져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보다 무서운 것은 바다 밑에 가라앉은 쓰레기

 

더 우려되는 것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침적 쓰레기다. 최근 5년간 119521톤이 수거됐고, 202118944톤에서 202527167톤으로 43.4%나 증가했다.

 

해안에 쌓인 쓰레기는 눈에 보인다. 그래서 치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쓰레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폐어구와 각종 폐기물이 해저에 쌓이면 해양생태계를 훼손하고 수산자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쓰레기가 오히려 더 오래 남는 환경 부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안 쓰레기가 전체 수거량의 76.2%를 차지했다는 사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전남·광주 지역에서만 21178톤이 수거됐고, 제주와 충남, 경남, 경북 등에서도 상당한 양이 발생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지역일수록 해양쓰레기의 피해와 처리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국경을 넘어오는 쓰레기도 있다. 해양수산부의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 외국기인 해안 쓰레기 가운데 중국 기인이 9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인접국 간 정보 공유와 외교적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남의 쓰레기를 지적하는 것과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경 밖에서 날아오는 쓰레기는 외교로 막아야 하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우리 손으로 먼저 막아야 한다. 해양쓰레기 문제를 단순히 중국발 쓰레기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바다에서 건지는 정책에서 바다로 들어가기 전 막는 정책으로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이다. 지금까지의 해양쓰레기 정책은 바다에 들어온 쓰레기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수거하느냐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물론 수거는 중요하다. 그러나 쓰레기가 바다에 들어간 뒤 치우는 것보다, 애초에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훨씬 싸고 효과적인 환경정책이다.

 

특히 폐어구와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의 주요 발생원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포구와 하천·하구를 연결하는 유입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수거량을 성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발생량 자체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더구나 바다는 스스로 정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간의 무책임을 대신 감당해 주는 공간도 아니다.

 

우리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656천 톤은 단순한 폐기물의 무게가 아니다. 그 안에는 해양생태계의 훼손 가능성, 어민들의 피해, 지방자치단체의 처리 비용, 그리고 미래 세대가 떠안을 환경 부담이 함께 들어 있다.

 

매년 더 많은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것을 자랑할 일이 아니라, 왜 매년 더 많은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다에 들어간 쓰레기를 잘 치우는 것이 아니다.

 

656천 톤을 더 치워야 하는 나라가 아니라, 656천 톤을 다시 만들지 않는 나라가 되는 것. 이것이 지금 바다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무거운 경고다.

 

발행인 이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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